문중벌초는 모듬벌초를 다르게 부르는 말로써 제주에서 해마다 음력 8월 초하루가 되면 조상들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는 것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.
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방문하지 않은 산소⛰️에 새벽같이 내려갔다.
07시 30분에 도착했더니 어르신들이 모여 직계 조상 묘사를 준비하고 있었다.
묘사(墓祀) 뜻
한자를 직역하면 무덤의식으로 크게 먼저 죽은 형제 가족의 사묘사와 직계 조상의 묘사로 나뉜다.
간단히 묘제를 지내고 본격적으로 벌초를 시작하며
하루 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해 본다.
물💦 이 필요한가?
나는 하루종일 네 군데 벌초를 할 수 있었다.
8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(7시간)에 마무리하였는데
물이 정말 많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되었다.
흘러내리는 땀으로 배출된 수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는 갈증이 발생했고
찰나지만 물을 마시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다.
아침 일찍 시작하는 이유도
작렬하는 태양아래 낫질, 갈퀴 질를 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.
예초기가 있는데 굳이 낫질이 필요한가?

예초기 날의 종류는 원통 톱니부터 줄까지 다양하게 있지만
예초기를 돌릴 때 날이 돌멩이와 부딪히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.
돌멩이가 예초기 날에 부딪혀 몸에 맞을 수도 있고
날이 상하고 망가지는데 묘지 양귀퉁이와 제를 위해 음식을 올려놓는 상은 돌로 만들어져 있기에 낫을 든 사람은 묘지에 돌멩이가 있는 곳을 찾아서 미리미리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.

다 같은 잔디정리가 아닌가?
외국영화에서 보면 정원의 잔디를 깎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 데
부지런해서 잔디를 깎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
잔디 정돈이 안되어 있으면 주민이 신고를 한다.
내가 아는 선배는 못생기게 깎았다고 신고당했다고 했었다. ㅎㅎ
아무튼 벌초를 하는 행위자체는
앞마당 잔디를 깎는 것과 일치하지만
그 보람은 비교할 수가 없다.
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?
아니다 벌초를 하는 지금은
조금이나마 받기만 했던
사랑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 같아
굉장히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.
벌초, 대행으론 안되나?
자식세대들은 길이 없고 산 중턱에 있는 묘지를 벌초하였다.
할아버지 형제부터 아버지의 자식세대까지 3대가 모여 함께 벌초를 했는데
만약 자식세대가 벌초하러 오지 않았다면
아버지 세대들 혹은 할아버지 형제세대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
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.
반면에 벌초를 마치고 올라갈 때, 너무 피곤해서
여러 휴게소에 들러 쉬고 또 쉬어 겨우 집에 도착했는데
서울로 취직한 동생들이 왜 벌초에 오지 않은 지
적어도 한 가지 이유는 알 것만 같았다.
(회사에서는 차장급이지만 여기서는 내가 가장 막내였었다.)
나중에 안 사실이지만
농협에서 벌초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가 있단 걸 알게 되었다.
https://www.google.com/amp/s/m.mk.co.kr/amp/10009743
벌초 대행도 앱으로…농협, 8만~20만원에 서비스 - 매일경제
농협이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`추석 산소 벌초 대행 서비스`를 확대하고 벌초 대행 전용 애플리케이션(앱)과 특별상황실 등을 통해 이용자 편의성을 강화한다고 30일 밝혔다.
www.mk.co.kr
'건의를 해볼까?' 란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
니 누고?
자인에 둘째 아들에 아들입니다.
너무 반갑데이~~ 자주 보재이~~
벌초를 하며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과 그 대답이었다.
나의 존재자체를 기뻐해주는 모습에서
뜨거울 정도로 따뜻한 핏줄의 정을
찾아뵙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.
모르긴 몰라도 이 기억이 내년 이맘때
다시 이곳으로 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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